최근 차분히 경매 공부하시는 분들을 꽤 많이 뵙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이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성투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저는 경매 초보 때 낙찰받은 예고등기 물건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낙찰 후 `간 크다`며 경매 학원강사님께 엄지척을 받았던 물건인데, 사실 저는 해당 사건과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 있었기에 낙찰이 꽤 수월했다 고백합니다.
필자사례
중3시절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시골 할아버지 댁에 내려가 학교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당시 농사 욕심이 많으셨던 할아버지는 본인 땅 외에도 인접한 이웃 산을 개간하셔 버섯 농사를 짓고 계셨고요.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자 땅 주인이셨던 지인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할아버지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받으시며 땅의 관리를 할아버지께 맡기셨습니다. 문제는 지인께서 돌아가시고 몇 달 후 해당 토지에 경매가 들어와 할아버지가 토지에서 쫓겨나게 된겁니다. 30년 동안 해당 토지에서 경작을 하셨던 할아버지는 나름 배우신 분이셨고 마을 젊은 이장을 앞세워 소송을 준비하셨습니다.
법리적 해석을 해보자면 할아버지께선 `자신이 30년간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평온하게 해당 토지를 경작(점유) 해왔기에 민법에 규정된 `취득시 시효 완성에 따른 소유권 취득`을 할 수 있다." 주장하시는 것입니다. 전날밤 할아버지를 찾아왔던 지인댁 큰아들은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이셨고, 할아버지는 소유권만 다시 받아 낼 수 있다면 친구가 잠든 땅은 돌려주시겠다 약속하셨습니다. 대신 계속 농사를 지어도 좋다 약속을 받아 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후로도 꿈에 지인분이 자주 보이신다며 걱정하셨던게 생각납니다. 그렇게 낙찰자에게 토지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할아버지는 농사일을 제쳐 두시고 법원을 들락거리며 `소유권 말소`및 `이전 등기청구`소송을 하셨습니다. 농작물은 농부에게 있어 자식같은 존재입니다. 서른 번의 사계절을 보내며 키워낸 자식을 어느 부모가 쉽게 손을 놓고 포기하겠습니까. 그렇게 근 1년을 할아버지는 지인댁 큰 아들의 차를 타고 법원을 다니며 소송에 집중하셨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소송 최종 판결이 나왔던 그날밤 지인댁 큰아들은 할아버지와 동창인 아버지 앞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셨습니다.
예고등기의 의미
경매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낙찰자가 100% 인수하는 권리들이 있습니다. 바로 유치권. 법정지상권 그리고 오늘 사례에서 언급한 예고등기입니다. 예고 등기란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당 부동산의 진짜 소유주를 알 수 없으니 현재 소유자의 소유권과 연관된 사람들은 현 소유자의 소유권 상실에 대비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낙찰 후 소유권 등기 이전 등기를 해도 예고 등기의 판결에 의해 완전 백지화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결과도 낙찰자가 인수한다.
경매 권리분석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말소기준권리`는 예고 등기 출현에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다시말해 말소기준권리 앞에 있든, 뒤에 있든 무조건 낙찰자가 소송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초보로서 감히 엄두 내지 못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송 종료 역시 1심 재판 종료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에 (완전한 끝남 = 확정 판결이 난 상태) 소송은 장기전이 될 수 있습니다.
황금알을 어디에 있는가?
`예고 등기`가 뜬 경매 물건은 4~5회 유찰은 기본입니다. 그런 물건을 이제 막 공부 시작한 스무살짜리 여자가 받았으니 간 크단 소리 들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입찰을 준비할 당시 저는 생각했습니다. "분명 4회 ~ 5회까지가겠지만 입찰자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요. 이 물건은 앞서 얘기한 제 조부의 상황과 똑같았고, 그렇기에 저는 결과를 예측한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취득시효 2가지 종류
점유취득시효란 20년간 소유 의사를 가지고 평온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고,등기부취득시효란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 의사를 가지고 평온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
만약 할아버지가 인정에 휩쓸리지 않고 일찌감치 친구분의 권유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셨다면 그렇게 맘 상하실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말그대로 점유취득시효 기간은 충족했지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발생된 상황에서 최종 등기를 하지 않았기에 완전한 소유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흘러 이 사례를 목도했던 그의 손녀는 감정가 6억 8천 준농림지 6.620제곱미터(1700평)를 7회 유찰 후 1억 8천에 낙찰받았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소송 내용이 이렇게 간단하진 않았지만 핵심은 똑같았습니다. 6개월 후 소송은 판결이 났고, 예상대로 기존 소유자의 소유권이 인정되어 그에게 소유권을 낙찰(이전) 받았던 저의 소유권 역시 무사히 유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들 축하했지만 저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습니다. 패소한 상대편의 맘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무십일홍
사업가셨던 아버지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보며 저는 어린 나이에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을 꽤 실감나게 겪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얻은 나름의 인생철학은 `소년등과망신살`_`젊은 나이에 성공은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입니다. 낙찰 당일 법대 앞에서 낙찰 영수증을 받던 저를 발견한 몇몇 학원 동기들은 학원 사람들에게 이를 알렸고, 분위기가 점차 가라 앉을 때쯤 제가 낙찰받은 토지가 국가 개발 사업 대상지에 포함되자 분위기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다시 들썩거렸습니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던 저는 어쩔 수 없이 집에 더 멀리 있는 다른 학원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예고등기 물건 입찰하는 법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그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있다면 결과 역시 예측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 눈이 없었던 당시의 저는 그렇게 여기 저기를 헤메며 마음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이 물건을 조사하려던 저는 아주 당당하게 법원을 찾았습니다. 예고 등기 물건 역시 일반 경매 물건처럼 `물건 명세서`을 확인하면 되는 건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관련 서류는 커녕 열람도 못하고 경매 계장에게 눈총을 맞고 돌아왔습니다.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에 답이 있다.
전문가들과 약간의 인맥이 있어도 아니 이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조금의 안면만 있어도 정보를 얻는데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학원과 연계된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았던 저는 상담을 기다리던 중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또래의 직원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사무원 출신이었지만 업무상 법원을 자주 찾는 사람이었고, 사정을 들은 그녀는 흔쾌히 저를 도와 소송자료를 입수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천운이었습니다. 당시엔 서류 장당 1000원으로 계산됐고 500장 정도의 소송 기록을 입수하는데 50만원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사실 요즘은 소송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수임료를 납부하면 법적 설명까지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5백 수임료에 5억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결코 손해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 경매 물건이 아님을 연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제 낙찰 후 저를 따라 예고 등기 물건을 받으려 했던 몇몇 학원 동기들은 자체 조사 마무리 상태에서 관련 조사인이 경매에 들어와 낙찰을 받아 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허위 예고 등기는 합법이다.
예고등기 물건은 유찰 잦다라는 특징을 악용해 의도적인 경매 하락을 목표로 들어오는 허위 채권들이 꽤 많습니다. 그 결과 최저 입찰 가격은 낙엽처럼 떨어져 결국 이를 의도한 사람이 원하는 가격되면 자동으로 손에 거머쥐게 됩니다. 억울해 할 수 도 있지만 보통은 해당 부동산 소유자와 내밀한 합의를 거쳐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법에서도 이러한 예고 등기 자체가 이득을 얻는 행위는 아니라보기 때문에 사기죄로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든게 그렇지만 환경에 불만을 갖기 보단 매 순간 적응하며 배워 나간다면 결과는 분명 좋아 질 것이라 믿습니다. 최근 공부를 다시 시작한 저 역시 내공이 차오르길 기대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한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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