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낙찰 축하 모임이 학원 건물 1층 삼겹살 집에서 열렸습니다.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고 화장이 살짝 지워졌지만 웃는 A의 얼굴이 보기 좋았다. 그동안 함께하며 전해 들은 그녀의 세월이 녹녹지 않았음을 알기에 더욱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웃는 그녀의 얼굴이 마치 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3주가 다시 지나던 어느 밤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급히 그녀가 있다는 장소로 나갔습니다. "내 복에 무슨..." 나를 보자 A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선순위도 인수할 수 있다.
배당 순위 정렬을 할 때 다음의 채권들이 가장 앞줄을 차지합니다. 임금채권, (상가 or 주택) 소액 임차인 그리고 당해세이다. (물론 진짜 1순위는 법원이 경매 집행하며 소진한 경매 비용입니다. ) 여기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가 터지고 맙니다. `채무자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면 임차인이 선순위여도 배당을 전액 못 받거나 일부만 받을 수 있다.`_ 전입, 확정일자(사업자 등록)이 말소기준권(저당권 설정일) 보다 분명히 앞서 있던 임차인 손윤주. 배당요구종기일 전에 배당요구까지 다 해준 은혜로운 임차인 손윤주 씨의 보증금 1억 2천이 인수사항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사실 지금봐도 언뜻 보면 선순위 임차인은 배당받아 나가는 사람입니다. 아래 최종 배당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걸 보고 당시 초짜 경린이던 저 역시 할 말을 잃었었고, 당황해서 손이 떨렸습니다.
배당순위 | 채권자 | 채권액 | 배당액 | 인수여부 |
1 | 영등포구 | 2천 | 2천 | 전액배당 |
1 | 송미자외40명 | 3억 6천 | 9천 | 인수없음 |
2 | 영등포세무서 | 5,200만원 | 4천 | 인수없음 |
3 | 마포세무서 | 5억1천 | 4천 | 인수없음 |
- 낙찰 잔금 1억 9천 모두 배당 완료. 종료 이후 채권자들은 자동 소실.
신청 없이도 무조건 배당 받은 권리
갑자기 등장한 송미자는 해당 법인 미니월드에 근무하던 직원으로 40명의 동료와 월급이 밀린 상태로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임금과 퇴직금등을 낙찰 대금에서 배당받으려고 권리 신고까지 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당해세는 교부 청구(채무자 재산에 압류하지 않고도 관련 매각기관에 (세금) 배당을 요구 할 수 있는 제도)만 해도 되며, 임금 채권은 노동자 권익을 우선시한다는 이유로 권리 신고만해도 무조건 채권으로 인정하기에 배당 요구를 한 것으로 법에서는 간주했던 겁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낙찰 잔금 2억의 돈은 모두 다 임금채권과 세금으로 나가버리고 선순위 임차인 손윤주의 배당금 1억 2천은 A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 후 A는 학원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외톨이가 된 저에게 A는 어디갔냐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낙찰 한 건 받더니 이젠 안 나오나 보네." `... 차라리 그렇게 생각해 줘.` 평소 저를 싫어하던 건너편 자리 B는 나와 친했던 A까지 싸잡아 비꼬고 있었습니다. 뭐 상관없었습니다. A는 강한 사람이고 어찌 됐던 성공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A가 준 선물
"밥 먹을 때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 왠지 기분이 이상해." 고등학교 졸업 후 동대문에서 옷 떼기부터 시작했다던 A는 그렇게 수 년을 일어서서 밥 먹으며 장사를 했고 그 돈으로 집안을 부양했다고 했습니다. 말과 행동이 웬만한 4.50대 중년 못지않게 진중해 보이던 A가 너무 멋져 보였던 저는 같은 동성의 20대였지만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한순간 무너지는 것을 보며 세상이 무서워졌습니다. 법이 무서웠고,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자신이 너무 무서워서 그해는 어떤 물건도 입찰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것이 바로 A가 나에게 준 엄청난 선물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건 이후 저는 어떤 화려한 물건에도 함부로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 저 역시 비슷한 물건을 만났고 응찰을 하게 됩니다.
본 내용에 들어가기전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 용어 설명을 합니다.
전세(권)의 의미
보통 `전세 들어간다` 함은 전세금 주고 계약기간 동안 잘 살다가 기간 완료되면 집을 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때 기존 전세금을 돌려받습니다. 다세대 주택을 전세 들어감에 있어 전세 보증금 반환이 불안하여 임차인이 등기에 임차권을 설정하는 것을 전세권이라 합니다. 법에서는 이 전세권이 미치는 영향 범위를 건물과 그 건물이 속하는 대지까지 정해놨습니다. 이 경우 건물주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는 어떤 임대나 매매 행위를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민법 304조). 물론 경매로 건물이 넘어가 낙찰금의 배당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세권을 해놓은 임차인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모든 배당을 받습니다.
상가건물 전세 입주
상가건물에 전세를 들어갈 때도 앞서 주택의 경우와 같이 입주, 사업자등록 및 확정일자만 잘 받아 놓으면 됩니다. 굳이 오늘 말할 전세권 설정 따위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단독주택이거나 법인일 때는 말이 달라집니다. 보통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의 경우 토지와 건물은 등기부에 한 몸처럼 붙어 있습니다. 다시말해 세입자가 계약기간 완료 후 보증금 반환받지 못할까 설정했다면 전세권은 `건물만 전세권 설정`이라 표기되어도 법적으로 토지까지 영향력이 미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단독 주택 혹은 법인의 경우에는 보통 건축물대장에 건축물 등기부 등본이 별도로 있기 때문인데 이것을 인지 못한 세입자가 토지에 따로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으면 추후 경매로 부동산이 넘어갔을 때 오직 건물에 대한 비율 배당만 받고 토지에 대한 배당금 받을 수 없습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임차인이 받지 못한 토지에 대한 배상은 낙찰자가 고스란히 인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초보 낙찰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선순위 임차인이 100% 배당 받을꺼라 생각한 채 낙찰받습니다. 다음은 필자가 8등으로 떨어진 사례입니다.
이사라 씨는 | ||||
선순위 임차인입니다. 말소기준권리 (신한은행 2015.10.19)보다 분명 먼저 대항력 갖췄고 역시 배당 요구까지 해준 고마운 임차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건물은 단독 주택이었고, 그녀가 설정한 임차권(전세권)은 오직 건물에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토지와 건물 배당 비율 계산하기
내용을 보면 토지가 10억이고 건물이 2억입니다. 최초 감정가 12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토지는 83%(10억/12억*100), 건물 17%(2억/12*100)로 결과가 나옵니다. 낙찰자 윤길동 씨가 법원에 납부한 낙찰금에 10억에 대해 토지 비율 배당분은 8억 3천 (낙찰가격 10억 * 토지비율 83%), 건물 배당금은 1억 7천이 된다는 소리이고, 임차인은 본인 원 보증금 5억 중 1억 7천만원 만 배당받는다는 말입니다. 나머지는 신한은행에서 8억 3천을 모두 받아 갔습니다. 그럼 임차인의 남은 3억 3천 보증금은?
뫼비우스의 띠_인수
A의 상황과 똑같았습니다. 낙찰자 윤길동씨는 선순위 임차인의 3억 3천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낙찰가를 무려 10억씩이나 쓰고 받았습니다. 이는 그가 앞서 설명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누군가는`매각허가결정취소신청`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지인 A도 이때 기회를 잡았다면 그렇게 크게 낭패를 보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낙착받은 윤길동 씨는 법원을 나서기 전 필자에게 붙들려 상황 설명을 들었고 낙찰 결과가 발표되던 그 순간보다 더 얼굴을 붉히며 사라졌습니다.
배당시작 = 낙찰 잔금 납부 완료
배당기일은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 한 후 보통 한 달 안에 잡힙니다. (실제 배당표를 3일 전에 공지하는 게 규정이라지만 이것을 제대로 지킨 법정은 극 소수였습니다.) 낙찰자는 잔금 납부전`매각 허가 결정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때 차분히 마지막 검열을 해야합니다.입찰 전 권리 분석했던 결과지를 들고 주위의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뜻입니다.
법인(기업) 세금 체납
그럼 역으로 우리가 세입자로서 이러한 집에 들어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선 알게 된 정보가 있으니 부랴 부랴 토지와 건물에 모두 임차권(전세권) 설정을 했습니다. 이젠 당신의 보증금은 안전할까요?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앞서 말한 A의 사례처럼 세금을 확인하는 겁니다. 집주인이나 집주인인 법인의 경우 임차 계약서를 쓰기 전 그들의 세금 체납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국세의 압류는 압류를 등기한 날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그 사유 관련 세금의 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것을 법정기일이라고 합니다. 보통 법정기일은 납세의무가 확정 신고된 날 또는 고지서의 발송일로 사용되지만 경매가 진행되면 배당 순위의 기준이 되는 날짜입니다. )
<원문>
지인 A의 사례에서 보았듯 세금 체납은 등기부등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세금 체납으로 인한 가압류가 보일 수는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채무자의 법정기일 이전의 세금 체납분은 전세 보증금을 포함 그 밖의 모든 담보물의 순위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재 23.2월 기준] `전세 사기 피해자 배당 순위 밀림`으로 인해 보증금을 잃은 시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논의를 진행 중이며 4월 (국세 순위) 조정과 관련하여 정책 발표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방법 2가지
우선 임대인의 세금 체납 상태를 확인해 달라 요청하는 겁니다. 중개사 혹은 주택이 법인이라면 해당 법인에 대놓고 요청하도록 합니다. 과거에는 이것이 좀 껄끄러운 요청이었으나 요즘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미 임대차 문화로 잡혀가고 있는 상황이고, "요즘은 다 이렇게 한데요."라고 넘어가면 됩니다. 아니면 직접 국세청 미납 국세 열람 시스템을 이용하면 됩니다. 둘째 국세 체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기업 소유의 주택(법인)이나 건물은 아예 임차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며
요즘 경매가 인기이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특수 물건에 덤벼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부디 그러지 마시라 말리고 싶습니다. 최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면서 시장에 오래 남는 길을 택하시길 권해봅니다. 숙성이든 성숙이든 공통적으로 필요한건 시간입니다. 함부로 노련함을 뽐내지 마시고 오래 오래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정보 독식의 사회가 아니므로 변호사들도 몇 만 원에 얼굴 보고 친절 상담해 줍니다. 몇 천만 원을 수업료 날리고 생명 단축되지 마시고 자주 자주 주변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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