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임차인의 배당

아침부터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친구 A였다. 그녀는 동생이 사는 건축물이 경매로 넘어갔고 엊그제 낙찰자라는 사람까지 왔다 갔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또 재경매가 진행됐다며 숨까지 몰아 쉬며 질문을 해 왔다. 물건 번호를 묻는 나에게 그녀는 천천히 집 주소를 두 번 읊어 주었다.  

 

목차

 

잔금납부하지 않은 낙찰자

 "왜 불허가신청이 났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중얼거리는 내 소리가 답답했는지 친구가 버럭 화를 냈다. 우선 다시 전화하겠다 약속한 후 끊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생의 보증금은 무사했다. 해당 물건은 1회 낙찰 후 잔금 납부전 매각 불허가 신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재경매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모 여자 대학교 인근 3층 건물. 동생 B는 그 곳에서 4년째 전세를 살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주인 할머니가 워낙 좋아 대학원도 그곳에서 준비하려 했단다. 하지만 일이 그렇듯 할머니의 막내 아들이 사업 부도를 내며 담보로 잡혀있던 할머니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이었다. 거주 건물에 경매가 진행된다 문서를 받기 시작한 동생 B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사이트에서 알려준 대로 임차권 등기도 하고 배당신청도 했단다.  두 달 후  어떤 젊은 여자가 낙찰자라며 방문했는데, 때마침 아들집으로 가버린 할머니를 대신해 B가 대문을 열어 주자 낙찰자는 선순위 임차인인 B에게 고맙다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한다. 하지만 잔금은 납부하지 못했다.

미진행: 경매 일시 중지 상태를 말한다. 경매 이해 관계자들 중 한쪽이 신청 정지하며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취하: 경매 취소를 의미한다. 이해관계인들간의 채무 변제가 완료 되거나 변제 가능하다 판단하에 취하시킨 경우다.  매각 불허가 신청: 법원 판단하에 (경매 이해 관계자들의) 이의 신청이 합당하다 인정된 경우 낙찰 완료된 물건에 대해 불허가 신청을 내리고 공지한다.

선순위 임차인 

말소기준인 근저당보다 빠른 순위에 있는 임차인을 선순위 임차인이라 한다. 사실 계약. 전입. 점유 조건이 완벽한 선순위 임차인은 굳이 법원에 배당 요구를 하지 않아도 낙찰자가 인수하는 사항이라 보증금을 날릴 염려는 없다. 다시 말해 입찰자들은 이 경우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은 물론 남은 계약 기간까지 고려해 입찰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임차인이 배당 신청까지 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법원에선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 신청을 하면 배당에 1순위로 올리고 임차계약은 자연 종료로 처리한다. 간단한 사항이지만 여기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 여기서 주의. 배당 신청과 별개로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의 조건 안에 들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선순위여도 배당.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또 따로 있다는 뜻이다.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요구

아래 표를 보며 시간을 구분해 보자. 임차인 배당신청은 법원이 제시 날짜 "즉 배당요구종기일"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B는 시험 기간 동안 이를 챙기지 못했고 기한을 한참 넘겨 신청했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에서 가르쳐줬다는 임차권 등기 역시 "경매 개시 결정" 이전에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등기부 등본 상에 `임의경매`라고 뜨기 전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B는 배당 신청은 했으나 배당은 받지 못하는 오롯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선순위 임차인 자격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첫 낙찰자는 이 점을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닐까 예상한다. 그나마 다행인건 잔금 납부 전에 이를 파악하고 매각 불허가신청을 해 입찰 보증금을 돌려받은 듯 하다.  현재 해당 물건의 시가는 작년 대비 4억이 떨어진 상태다. 만약 울며 겨자 먹기로 잔금 납부와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인수까지 했다면 지금의 금리 상승과 시세 하락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매 진행 과정

경매진행절차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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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보증금 돌려 받기 대작전 

아무리 돈이 많아도 2억 입찰 보증금을 한 순간에 날리는 건 정말 맘 아픈 일이다. 그렇다고 법원에 떼를 쓸 수도 없는 일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귀책사유가 엄연히 낙찰자 본인에게 있음에도 법원이 인정상 불허가 신청을 받아 줄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첫 낙찰자의 매각 불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아마도 이 시점부터 전문 변호사의 조언대로 움직인 듯 하다. 보통 이럴때는  불허가 사유를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경매 첫 입찰 당시 물건 명세서에 올라와 있지 않던 위반 건축물등의 사례를 잡고 늘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의뢰비와 수임료가 발생했겠지만 그래도 2억이 나가는 것과 어떻게 비교하겠는가? 비싸게 공부하신거라 생각한다.

 

 

 

 

 

 

마치며

이러한 상황 설명을 들은 친구는  안심하며 동생 쪽 현황을 또 내게 알려왔다. 할머니의 막내 아들이 다행히 채무를 변제했고 은행 측에서 취하를 하겠다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새해부터 노인이 맘 상하시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