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 부동산 / / 2023. 1. 17. 01:00

외국인 선순위 임차인

谁? 누구세요

前几天你已经见到我朋友,是吧! 며칠 전 제 친구 만나셨다고요?!

啊, 那个房东? 아... 그 새 집주인?

你打算几号去搬家?언제 이사 가실 건가요?

什么搬家?! 我还没收押金呢。무슨 이사? 우리 보증금 아직 안 받았는데?

목차

     

     

    우리의 첫 경매 물건

    그렇게 우리의 첫 낙찰 물건은 망조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에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우리의 첫 낙찰 물건 세입자가 외국인일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입찰을 준비하며 연차를 다 써버린 나는 이번엔 공동 투자한 친구를 보내 거주지를 확인하게 했다. 혹 변동 사항이 발생하면 제발 욱하지 말고 녹음만 해오라 당부하면서 말이다. 지인과 함께 물건지로 향했던 친구는 뜻밖에 중국인 세입자를 만났다고 한다. 그렇게 김하경이 아닌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중국인 여자와 독대한 내 친구는 황당해하며 내게 보고했다.   

     

    "말이 통했어?"

    "아니. 근데 이상하게 뭔 소리하는지 다 알겠던데? "

    "뭐랬는데?"

    "못 나가겠데. 보증금 받기 전에는."

    "불법 점유자들이 간이 부었군."

     

    전화상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보고를 했던 친구는 분이 아직 풀리지 않았던지 그날밤 기어코 우리 집으로 건너왔다. 친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어머니는 `또 뭔 사고를 친 거냐` 쫓아오셨지만 후다닥 친구가 기다리는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당당했다는 그 임차인은 누굴까? 나는 경매 정보지의 임차인 `김하경`의 이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세대열람에 확인되지 않는 임차인 

    권리분석 당시 참고했던 경매 정보지에도 감정 평가사는 폐문 부재로 `임차인 미상`으로 올렸다. 매각 물건 명세서에는 임차인이 확인됐지만 인수여부는 알 수 없다 등록되어 있었다. 임차 금액은 알 수 없는 전입과 확정이 없는 임차인 우리 눈엔 그저 불법 점유자에 불과했다. 사실 나는 이미 여기부터 오점을 남기기 시작했다. 정보지에 뜬 `미상(정확히 다시 조사하라)`단어를 그저 `임차인 없음`으로 편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말에 친구와 다시 낙찰받은 집을 찾았다. 김하경(개명하셨단다)씨가 문을 열어 주었다. 전전날 친구와 얼굴을 붉혔던 그녀는 우리를 보자 휑하고 나가버렸다.  

     

    출입국 관리법-외국인 전입신고는 체류지변경신고
    출입국 관리법

    외국인 임차인 전입 확인 방법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한국인처럼 주민등록을 등재할 수 없기에 전입 열람에 전입자로 확인되지 않으며, 대신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체류지 변경신고를 하면 주택 임대차보호법의 주민등록과 같아 대항력을 갖추게 된다.  확인 결과 김하경은 분명 근저당보다 앞서 체류지 변경신고를 마친 순수 선순위 임차인이었다.

     

    중국 거주경험이 있던 나는 기억나지 않는 중국어를 짜 내어 그의 신상을 파악했다. 인근 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며칠 전 중국에서 건너온 약혼녀와 함께 살고 있다 했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그가 갑자기 떠뜸떠뜸 한국어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내 실력이 못 미더웠나 보다) `졸업 때까지 이곳에 거주했으면 한다`. 갑작스러운 보증금 출현으로 대출을 고민하고 있던 나는 순간 그의 손을 덥석 잡고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살길이 열렸다. 다시 만나 임차 계약서를 쓰기로 한 우리는 그제야 서로에게 웃어 줄 수 있었다. 친구와 나는 기가 빠져 대화도 없이 한참 주택 골목길을 내려왔다. 지하철 역이 보일 때쯤 뒤따라오던 친구가 나를 확 잡아 세웠다. "야 우리 올해 삼재다. 조심해야 해." 언제 준비했는지 친구가 나에게 굵은소금을 확확 뿌려댔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소금 봉지를 나에게 툭 안기며 자기한테도 뿌리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사정없이 남은 소금을 다 뿌려주었다. 부디 임차인들이 안 봤기를 바랐다. 우리는 오랜만에 배 아프게 웃으며 옷에 묻은 소금을 툭툭 털어냈다. 긴장이 풀리니 배가 너무 고팠다. 너무 허기졌는지 고상하게 커피 나부랭이 같은 것 먹고 싶지 않았다. 딱 봐도 아저씨들 꽉 차 있는 전철역 앞 순댓국집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속을 까맣게 태웠던 경매 물건

    "너 술 한잔 한 것 같은데?""응, 너도 만만치 않아." 한참 맘을 졸였던 스물셋 두 여자는 그때까지도 가라앉지 않은 서로의 붉은 얼굴을 한참 놀려댔다.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순댓국에 정신이 팔린 친구가 서둘러 식사를 시작했다. 친구의 머리 위에는 미처 털어내지 못한 소금가루들이 보였다. 미안함에 콧 끝이 찡해왔다. 고등학교 시절 신병이 도져 학교를 중퇴한 친구는 이 일 저 일을 하며 내림굿 받을 돈을 마련했다. 나는 그런 피 같은 돈을 같잖은 실력만 믿고 공중 분해시킬 뻔한 것이었다. 아찔함에 소름이 돋았다. 한 번쯤은 나를 탓했어도 되는데 친구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내 탓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정타지 말라 소금까지 알뜰히 뿌려주고 말이다. (나를 먹여버리려고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 물건은 다행히도 두고두고 효자 노릇을 해 주었다. 중국인 부부도 예쁘게 살다 귀국했는데 집 값 많이 올랐는데 전세금 올리지 않아서 고맙다며 귀국 전날 전병을 선물해 줬다. 계란이 들었던 전병이 정말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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